[서평] 세계사 편력1



이 책을 읽고 인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인도는 중국 못지않게 많은 인구를 유지하고 있고 카스트제라는 계급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 IT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인도에 대한 지식이었다. (아직 3개 시리즈 중 1 만 읽은 상태지만)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것은 인도라는 나라가 내가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화려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찬드라굽타에 의해 창건된 마우리아 왕조가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

'세계사 편력' 책의 저자 네로는 카스트제도의 최상 계급인 브라만 계급의 출신이고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한 유능한 변호사이다. 그는 책 곳곳에서 자신의 나라 인도를 늙은 나라로 비유하곤 했다. 중국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과거에 화려했던 역사를 뒤로하고 현재는 그저 몸사리기 바쁜 유약한 나라인 것이다. 반면 유럽은 열정이 샘솓는 혈기 왕성한 나라로 빗대었다. - 사실 르세상스 시대 전까지만 해도 유럽은 별 볼일 없는 곳이었다. 신(god)이 절대적 숭배의 대상이 됨으로써 이교도 혹은 마녀에 대한 사냥이 횡행했고, 평민의 삶은 비참하기 따로 없었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사망케했다는 흑사병 역시 당시 유럽인의 삶의 질을 가늠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전세계 모든 국가가 서구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인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주목했던 것은 '브라만 출신에 영국 유학파 출신 변호사인 저자가 이러한 제국주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였다. 놀랍게도 그는 현재 상황 -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는 상황을 꽤나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오랜 투쟁 후 분노를 극복한 것인지 아니면 제국주의 국가들에 대한 약간의 이해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내가 그의 였다면, 그와 같은 잘나가는 인도 최고 계급 출신의 변호사였다면, 지금의 상황에 꽤나 자책했을 것 같다.

책 내용에서 네로 스스로 카스트제도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의도인지 의도가 아닌지는 확실치 않지만 카스트제도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가 브라만 출신이어서 카스트제도를 붕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자료를 검색하다가 인도가 독립된 이후 네로가 카스트제도를 없애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는 내용의 글을 읽기도 했다. 사실 여부는 나중에 더 공부해 봐야겠다.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해지고 길들여진 서구 관점의 역사관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역사를 조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캠브리지에서 공부하고 다양한 삶의 경험을 축적한 저자가 역사의 순간에 대해 논평하는 글도 굉장히 재미있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누구나 한번쯤은 꼭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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