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적과 흑




발자크와 프랑스 문학의 양대 거장으로 불리는 스탕달의 대표작, 적과 흑을 읽었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가끔은 너무나 상세한 심리묘사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 책은 신분도 돈도 없는 비천한 농부의 아들이 장대한 야망을 갖고 출세를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엔 파멸하는 내용을 이야기로 한다. 주인공 쥘리앵은 여타 귀족들과 비교했을 때 뒤지지 않는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분은 극복하지 못할 크나큰 장벽이 되어 쥘리앵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과거제도를 통해, 능력 있는 사람이 신분을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렇게 보면 조선이 나름 합리적인 나라였던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쥘리앵은 귀족의 딸과 사랑에 빠지면서 평생을 갈구하던 야망을 이룰 수 있게 되었으나, 옛사랑의 편지 한 통으로 의해 스스로를 부숴버리게 된다.

적과 흑의 배경이 되는 왕정복고 시대는 나폴레옹이 몰락하고 망명 귀족들이 다시 집권하여 옛날의 특권을 되찾은 뒤 그것을 다시 잃게 될까 불안해하는 시대이다. 일개 무명 장교에서 시작하여 대륙을 정복한 나폴레옹이 누구나 장교가 될 수 있으며 권력을 쟁취할 수 있다는 꿈을 불어넣던 시대가 지나가고, 그 꿈을 먹고 자란 가난한 청년의 능력과 열정이 위험시되던 시대였던 것이다.

소설의 제목인 적과 흑은 통설적으로는 군복의 붉은색과 승복의 검은색이라고 주장된다. 쥘리앵은 이 두 개의 직업, 군인과 사제를 계속해서 열망한다. 좀 더 포괄적으로는 당시 사회의 두 세력, 나폴레옹으로 대변되는 붉은 군복의 자유주의자와 성직자들로 대변되는 검은 승복의 복고주의자를 뜻한다고도 한다.

쥘리앵은 감옥에서 출세지향 주의적인 모습을 모두 버린 채 현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출제지향 주의가 나쁜 것인가, 농민의 아들은 평생 농민을 아들로 살아야 했던 걸까. 쥘리앵은 동굴에 자신을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동굴에서만큼은 무언지 알 수 없는 세속적인 출세 이상의 행복을 느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현대인이 쥘리앵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쥘리앵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다.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이 답이 될 수 있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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